“이대로 따라오세요” 단풍 전에 걷기 좋은 1박2일 로컬 코스
상이암에 위치한 삼청동비. (AI 생성) / 온더투어
상이암에 위치한 삼청동비. (AI 생성) / 온더투어

9월 초에는 아침저녁 공기가 한결 선선해지고 한낮의 햇볕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산에는 아직 짙은 초록빛이 남아 있지만, 나뭇잎 끝은 서서히 마른빛을 띤다. 단풍이 물들기 전이라 산길과 강변길을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전북 임실과 남원을 잇는 지리산 자락 코스는 이맘때 1박2일 일정으로 둘러보기 좋다. 치즈테마파크로 익숙한 임실을 벗어나 설화, 문학, 사찰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1일차 오전, 의견 설화와 왕의 기도터

오수의견공원에 위치한 의견 동상. (AI 생성) / 온더투어
오수의견공원에 위치한 의견 동상. (AI 생성) / 온더투어

첫 코스는 임실군 오수면에 있는 오수의견공원이다. 이 공원은 고려시대 문인 최자의 저서 《보한집》에 기록된 의견 설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개와 함께 외출했다가 술에 취해 숲에서 잠들었는데, 들불이 번져 위태로워지자 개가 근처 냇물을 오가며 몸을 적셔 불길을 막고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김개인은 개를 땅에 묻고 지팡이를 꽂았는데, 그 지팡이가 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온다. 현재 공원에는 의견비와 동상이 세워져 있고, 넓은 잔디밭과 반려견 전용 시설이 갖춰져 있어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오수의견공원을 둘러본 뒤에는 성수면 성수산으로 이동한다. 성수산 자락의 상이암은 875년 신라 승려 도선국사가 창건한 암자로, 처음 이름은 도선암이었다. 산세가 임금이 신하의 조회를 받는 형국이라 하여, 도선국사는 고려 왕건의 부친에게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도록 권했다. 왕건은 기도 끝에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지며, 그 기쁨을 새긴 바위글씨 환희담이 지금도 남아 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 역시 황산대첩 승리 이후 이곳을 찾아 백일기도를 올렸고, 이어 사흘을 더 계곡물에 몸을 씻으며 기도한 끝에 하늘에서 세 번의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절 이름 상이암은 이때부터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상이암은 성수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걸어 오르는데, 포장된 임도와 돌계단 길 두 가지 경로가 있어 체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여의주 모양의 큰 바위와 삼청동 세 글자가 새겨진 비석도 함께 볼 수 있다.

1일차 오후, 섬진강 따라 걷는 시인의 마을

오후에는 임실군 덕치면 진메마을로 이동한다. 이 마을은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태어나 지금도 지내는 곳이다. 강 언덕에 자리한 생가와 서재, '회문재'라는 이름의 문학관이 있고, 이곳에서 시인은 오랫동안 섬진강 연작시를 써왔다.

마을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진메마을에서 천담마을, 구담마을을 지나 장구목까지 약 8.5km 구간이 도보와 자전거 여행 코스로 이어진다.

시인이 교사로 재직했던 덕치초등학교도 가까이 있으며, 운동장 한켠에는 동시 '콩 너는 죽었다'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강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곳은 차량 통행이 적어, 느린 걸음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2일차 오전, 조선시대 정원과 지리산 석굴 법당

남원 광한루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남원 광한루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이튿날 오전에는 남원 광한루원으로 이동한다. 1414년 황희가 세운 광통루가 시초이며, 1444년 정인지가 이름을 광한루로 고쳤다. 1461년에는 요천의 물을 끌어들여 은하수를 본뜬 연못을 만들고 오작교를 놓았다. 춘향전의 무대로 널리 알려졌으며 매년 춘향제가 열린다.

(AI 생성) / 온더투어
광한루원에 위치한 오작교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운영시간은 하절기인 4월부터 10월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입장료는 오후 6시 이전 기준 성인 4000원, 청소년과 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안팎이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만 6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 등록장애인 등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부지 안에는 광한루 본채와 오작교, 완월정, 월매집, 삼신산을 이루는 세 개의 섬이 자리한다.

광한루원을 둘러본 뒤에는 지리산 방향으로 이동해 서암정사를 찾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속하지만, 남원 인월나들목에서 30분 남짓 거리에 있어 남원 지리산 코스에 함께 넣기 좋다.

서암정사는 자연 암반을 그대로 깎아 조각한 석굴법당으로 유명하다. 다른 돌을 붙이거나 세운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바위에 아미타여래를 비롯한 불상과 장엄물을 통째로 새긴 방식이다. 도량 위편에는 광명운대, 승려들이 참선하는 공간인 사자굴 등이 이어지며, 벽송사에서 서쪽으로 600m 남짓 떨어진 자리에 있다. 한국의 3대 계곡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칠선계곡 초입에 위치해, 계곡과 암자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2일차 점심, 50년 넘게 이어온 보양식 한 그릇

귀갓길에는 광한루원 주변에 자리 잡은 추어탕거리에 들러 점심을 먹는 코스로 마무리한다. 이 거리에는 20여 개의 추어탕 전문점이 모여 있다.

남원에서 잡은 토종 미꾸리와 지리산 인근 고랭지에서 자란 우거지, 향신료인 초피를 넣어 끓이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남원에 추어탕 음식문화가 자리 잡은 데는 섬진강 지류가 곳곳을 흐르면서 미꾸라지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점도 한몫했다.

장소 위치 운영시간·요금
오수의견공원 임실군 오수면 상시 개방, 입장료 없음
성수산 상이암 임실군 성수면 성수산자연휴양림 주차 후 도보 이동
진메마을 임실군 덕치면 상시 개방, 도보·자전거 코스 8.5km
광한루원 남원시 천거동 하절기 오전 8시~오후 9시, 성인 4000원(오후 6시 이후 무료)
서암정사 함양군 마천면(남원 인월IC 인근) 벽송사에서 서쪽 600m 지점

오늘의 여행 팁

- 상이암은 임도와 돌계단 두 경로가 있어 체력에 맞춰 길을 고를 수 있다.

- 진메마을 강변길은 그늘이 적은 편이라 이른 오후보다 늦은 오후 방문이 걷기 편하다.

- 추어탕은 초피가루를 따로 곁들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입맛에 맞춰 넣어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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