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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에 접어들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산과 들에도 가을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이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햇볕이 잘 드는 산등성이와 넓은 들판에서는 억새가 하나둘 은빛 이삭을 내민다.
10월 중순 이후에는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유명 산마다 붐비고 진입로와 주차장도 혼잡해진다. 여유롭게 가을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단풍철이 오기 전 억새 군락지를 찾아가는 편이 좋다.
억새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이삭이 한쪽으로 흔들리며 파도 같은 풍경을 만든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흰색과 은색, 옅은 금빛으로 달라져 걷는 시간대마다 분위기도 달라진다. 단풍 인파가 몰려오기 전 가을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전국 억새 명소 3곳을 소개한다.
1. 차로 해발 900m 가까이 올라 만나는 억새평원, 경남 합천 황매산
해발 1113m인 황매산은 산세가 높은 편이지만 억새밭을 보기 위해 산 아래부터 오를 필요는 없다. 승용차와 25인승 이하 차량은 정상부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 주차장이 해발 900m 안팎에 자리해 차에서 내린 뒤 조금만 걸어도 황매평원과 하늘계단 주변에 펼쳐진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정상부에는 관광휴게소 '철쭉과 억새사이'도 자리한다. 카페와 식당을 비롯해 관광안내소, 로컬푸드 매장, 화장실 등이 한곳에 모여 있어 산책 전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오랜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정상주차장에서 출발해 황매평원과 하늘계단을 둘러본 뒤 돌아오는 코스로 걸으면 된다. 정상주차장과 억새 군락지에서 하늘계단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발아래로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고, 멀리 합천의 산줄기까지 겹겹이 바라볼 수 있다.
조금 더 걷고 싶다면 하늘계단에서 황매산 정상까지 올라가도 된다. 하늘계단에서 정상까지는 약 40분 정도 더 걸린다. 반대로 산 아래 덕만주차장에서 출발하면 포장도로 또는 산길을 따라 정상부 군락지까지 50분에서 1시간가량 걸어야 한다.
걷기 편한 길을 찾는다면 제3철쭉군락지에 조성된 철쭉나눔길도 살펴볼 만하다. 전체 길이는 1430m이며 평균 경사도는 2.6%다. 데크길 227m와 황토 포장길 1203m로 구성돼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차량으로 방문할 때는 내비게이션에 '황매산군립공원'이나 '덕만주차장'을 입력하면 된다. 소형차 주차요금은 기본 4시간을 기준으로 9월 비수기 4000원, 가을 성수기에 해당하는 10월에는 5000원이다. 4시간을 넘기면 비수기에는 시간당 1000원, 성수기에는 시간당 2000원이 더 붙는다. 입차 후 30분 안에 나가면 주차요금이 없고 황매산군립공원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는다.
억새철 주말에는 정상부 주차장이 일찍 차는 경우가 있어 출발 전 황매산군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교통 안내와 주차장 운영 상황을 살펴보는 편이 좋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경남 합천 황매산군립공원 |
| 해발 | 정상 1113m, 주차장 약 900m |
| 억새 포인트 | 황매평원, 하늘계단 |
| 가벼운 코스 | 정상주차장~하늘계단 약 10분 |
| 주차요금 | 9월 4시간 4000원, 10월 5000원 |
2. 기차에서 내려 바로 시작하는 억새 산행, 강원 정선 민둥산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기차를 타고 강원 정선 민둥산으로 떠날 수 있다. 민둥산은 해발 1119m로, 산의 7부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자라지만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큰 나무가 사라지고 넓은 억새밭이 나타난다. 약 20만 평 규모의 정상부가 억새로 덮여 있어 가을이면 둥근 능선 전체가 은빛으로 물든다.
민둥산 억새는 사람 키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빽빽하게 자란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양옆에 억새가 늘어서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이삭이 한쪽으로 흔들리는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정상 아래에는 빗물에 석회암이 녹으면서 땅이 움푹 내려앉아 만들어진 '돌리네'도 자리한다. 둥글게 파인 지형을 억새 능선이 감싸고 있어 정상석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기차에서 내린 뒤에는 민둥산역에서 증산초등학교 옆 제1코스 들머리까지 약 15~20분을 걸어간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급경사 2.6km 코스와 완경사 3.2km 코스로 길이 나뉜다. 완경사 코스도 오르막이 계속되므로 평탄한 산책길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상까지 편도 약 1시간 30분, 왕복에는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 안팎이 걸린다.
정선군이 운영하던 민둥산 연계 셔틀버스는 지난 8월 1일부터 임시 운행을 멈췄다. 9월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는 계획보다 민둥산역에서 들머리까지 직접 걷는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 열차 운행 횟수가 많지 않으므로 출발편을 예매할 때 돌아오는 열차 시각도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강원 정선 민둥산 |
| 해발 | 1119m |
| 억새 규모 | 정상부 약 20만 평 |
| 등산 코스 | 급경사 2.6km, 완경사 3.2km |
| 소요시간 | 정상 편도 약 1시간 30분 |
3. 서해 노을빛에 황금색으로 물드는 장관, 충남 홍성 오서산
충남 홍성과 보령의 경계에 솟은 오서산은 해발 791m로 충남 서부권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천수만과 안면도 방향이 넓게 내려다보여 예부터 '서해의 등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억새 군락은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자리하며 9월부터 이삭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은빛 억새가 능선을 가득 채우는 풍경은 주로 10월에 선명해진다. 오후 햇빛이 서쪽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면 억새가 밝은 금빛으로 바뀌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바다와 섬까지 한 화면에 담긴다.
홍성 방향에서 오르는 길은 상담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암사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상담마을에서 정암사까지는 포장길과 완만한 숲길을 걷지만, 정암사를 지난 뒤에는 가파른 계단 구간이 나온다.
능선에 올라서면 경사가 한결 줄고 정상과 억새밭을 잇는 탁 트인 길이 나타난다. 상담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암사와 정상을 돌아오는 데에는 휴식 시간을 포함해 3~4시간 정도 잡는 편이 좋다.
국립오서산자연휴양림은 상담마을과 같은 등산로 입구가 아니다. 휴양림은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531에 자리하며 보령 쪽에서 오르는 별도 코스다. 상담마을 코스를 이용할 때는 내비게이션에 '오서산 상담마을 주차장'을 검색하고, 휴양림 코스를 택했다면 숲나들e에서 숙박 예약과 등산로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 휴양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화요일에는 쉰다.
노을을 보려고 늦은 오후에 산행을 시작하는 일정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정상에서 일몰까지 보고 내려오면 계단과 숲길을 어둠 속에서 걸어야 한다. 노을 시간까지 머물 계획이라면 산행 경험이 있는 동행자와 함께 움직이고 헤드랜턴과 여분의 배터리를 챙겨야 한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충남 홍성·보령 경계 |
| 해발 | 791m |
| 억새 포인트 | 정상 북쪽 능선 |
| 주요 코스 | 상담마을~정암사~정상 |
| 산행시간 | 왕복 약 3~4시간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억새 사진은 햇빛이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 무렵 역광으로 찍으면 은빛 이삭이 한층 밝게 빛난다.
- 정상과 평원에는 바람을 막아줄 나무가 거의 없으므로 방풍 재킷과 얇은 장갑을 챙긴다.
- 마른 억새밭은 작은 불씨에도 불이 빠르게 번질 수 있으니 버너와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은 가져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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