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만 남았던 절인데…" 160억 들여 다시 세운 동해 절벽 위 사찰
푸른 동해 바다와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홍련암의 전경. / 강원도 
푸른 동해 바다와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홍련암의 전경. / 강원도 

초가을에 접어든 강원도 양양에서는 푸른 동해와 오래된 사찰을 함께 둘러보기 좋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동안 파도 소리가 들리고, 높은 지대에 오르면 수평선까지 시야가 탁 트인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에 자리한 낙산사는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2005년 4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여러 전각이 소실됐지만, 약 160억 원을 들인 복원 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화재 당시 녹아내린 동종과 불에 탄 흔적을 기록한 공간도 남아 있어 당시 피해와 복원 과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경내에는 절벽 위에 세워진 의상대를 비롯해 홍련암과 해수관음상, 원통보전 등이 자리한다. 바다 가까운 의상대에서 출발해 주요 전각과 복원 구역을 차례로 둘러보면 낙산사가 지나온 시간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절벽 위에서 만나는 의상대와 홍련암

송강 정철이 해돋이를 읊었던 육각형 정자 의상대. / 강원도 
송강 정철이 해돋이를 읊었던 육각형 정자 의상대. / 강원도 

낙산사에서 동해를 가장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구간은 의상대와 홍련암 주변이다. 경내 동쪽 해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소나무 사이로 육각형 정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의상대사가 참선했다고 전해지는 자리에 1925년 세운 의상대다. 낙산사 일대는 관동팔경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며, 송강 정철도 가사 '관동별곡'에서 이곳의 해돋이를 읊었다.

절벽 끝에 자리한 의상대에 오르면 붉은 기둥 사이로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와 굽이치는 해안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 아래로 파도가 부딪히는 모습까지 내려다볼 수 있어 낙산사의 해안 풍경을 감상하려는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의상대에서 해안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절벽 위에 자리한 홍련암을 만난다.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만났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암자로, 관음보살이 붉은 연꽃 속에서 나타났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을 얻었다.

홍련암 법당 마루에는 아래쪽 관음굴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절벽 아래로 파도가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법당 안까지 들려온다. 창밖의 동해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는 시간이 더해져, 홍련암에서는 의상대와는 또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1500개의 관음상이 뿜어내는 웅장함과 남겨진 문화유산

낙산사의 오랜 역사를 전하는 입구 건축물 홍예문. / 강원도 
낙산사의 오랜 역사를 전하는 입구 건축물 홍예문. / 강원도 

해안 절벽을 지나 오봉산 자락 안쪽으로 들어서면 낙산사의 관음 신앙을 살펴볼 수 있는 보타전이 나온다. 낙산사는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국내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히며, 보타전은 사찰의 이러한 역사를 가장 잘 담아낸 공간이다. 법당 안에는 천수관음과 칠관음, 삼십이응신을 비롯한 1500여 개의 관음상이 봉안돼 있다. 중앙의 불상을 둘러싸고 크기와 자세가 다른 관음상이 벽면을 가득 채워 법당 안으로 들어설수록 장엄한 분위기가 짙어진다.

거대하게 서 있는 해수관음상. / 강원도 
거대하게 서 있는 해수관음상. / 강원도 

보타전을 둘러본 뒤 경내 길을 따라 이동하면 낙산사가 간직한 문화유산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원통보전 앞에는 조선 세조 때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칠층석탑이 자리하고, 사찰 입구에는 무지개 모양으로 돌을 쌓은 홍예문이 남아 있다. 칠층석탑은 2005년 산불 당시 주변 전각이 소실되는 가운데 자리를 지켰으며, 홍예문 역시 낙산사의 오랜 역사를 전하는 건축물로 관리되고 있다.

산불을 견딘 석조물과 이후 복원된 전각이 한 경내에 함께 자리한다는 점도 낙산사를 둘러보는 순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타전에서 관음 신앙의 규모를 확인한 뒤 칠층석탑과 홍예문까지 걸으면, 화재 전부터 남아 있던 문화유산과 복원된 사찰의 모습을 한 동선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잿더미에서 다시 세운 낙산사, 160억 원 복원 기록

산불의 피해를 딛고 옛 조선시대 배치를 되살려 고즈넉하게 복원된 낙산사 경내 전각들. / 강원도 
산불의 피해를 딛고 옛 조선시대 배치를 되살려 고즈넉하게 복원된 낙산사 경내 전각들. / 강원도 

지금은 전각과 숲이 어우러진 낙산사지만 2005년 4월에는 경내 대부분이 잿더미로 남았다. 양양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사찰까지 번지면서 원통보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이 소실됐다.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도 높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산불이 지나간 뒤에는 사찰의 옛 배치와 건축 형태를 되찾기 위한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와 발굴 조사 자료를 참고해 조선시대 낙산사의 모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국비 약 88억 원과 사찰 자체 자금 약 70억 원 등 모두 160억 원가량이 투입됐으며, 2009년 10월 회향 법회를 열면서 주요 복원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각을 다시 세우는 동안 불에 탄 산림을 복구하는 조림 사업도 함께 진행됐다. 2006년부터 약 6년 동안 75억 5000만 원을 들여 큰 소나무 6100여 그루를 포함한 24종, 18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검게 탄 산비탈에 새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찰 주변도 차츰 푸른빛을 되찾았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① 일출 관람: 방문 날짜의 해 뜨는 시간과 사찰 개방 시간을 미리 확인한다.

② 주차 준비: 주차 요금 정산에 쓸 카드나 소액 현금을 챙긴다.

③ 복장 선택: 경사와 계단에 대비해 편한 운동화를 신고 얇은 겉옷을 준비한다.

구분 주요 내용
위치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창건 671년 의상대사 창건 전승
보타전 1500여 개 관음상 봉안
문화유산 칠층석탑·홍예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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