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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에는 오래된 기와지붕과 돌담길이 남아 있는 한옥마을을 천천히 걷기 좋다. 다만 전주한옥마을이나 서울 북촌처럼 널리 알려진 곳은 주말마다 방문객이 몰려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조용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방 곳곳에 남아 있는 작은 한옥마을로 향해도 좋다. 상업시설이 적고 오래된 고택과 돌담이 남아 있어 옛 마을의 차분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가을날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은 지방 한옥마을 3곳을 소개한다.
1. 내성천 물길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 '영주 무섬마을'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자리한 무섬마을은 내성천이 마을의 삼면을 휘감아 흐르는 물돌이마을이다. 완전히 물에 둘러싸인 섬은 아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강물 한가운데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섬'은 물 위의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강변에는 폭이 넓은 모래톱이 펼쳐지고, 그 안쪽으로 기와집과 초가집이 모여 있어 한적한 옛 마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의 역사는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수와 김대가 이곳에 정착한 뒤 반남 박씨와 선성 김씨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 만들어졌다. 마을과 주변 농경지 등 66만 9193㎡는 역사·건축·생활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골목을 따라 걸으면 해우당 고택과 만죽재 고택을 비롯해 'ㅁ'자형 기와집, 초가 까치구멍집, 겹집 등을 차례로 볼 수 있다. 까치구멍집은 초가지붕 양쪽에 연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낸 가옥으로, 구멍 모양이 까치 둥지를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해우당 고택은 1800년대 초반 김영각이 세우고 아들 김낙풍이 1877년부터 1879년까지 고쳐 지은 ‘ㅁ’자형 주택이다. 홍수가 잦은 마을 환경에 대비해 장독을 집 안에 보관하는 장고방을 두고, 곡식과 살림살이를 올려놓을 수 있는 높은 다락을 여러 곳에 마련했다. 건축 당시의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으며, 고택과 유물은 2024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다만 현재도 주민이 생활하는 집이 있으므로 개방되지 않은 마당이나 건물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무섬마을 산책에서 빼놓기 어려운 장소는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다. 길이는 약 150m, 폭은 약 30㎝로, 주민들은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약 350년 동안 이 길을 이용해 마을 밖으로 오갔다. 지금의 다리는 주민들과 출향민이 힘을 모아 복원한 것으로, 긴 통나무를 따라 물길과 모래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폭이 좁고 난간이 없으므로 반대편에서 사람이 올 때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지나야 한다.
다리를 건넌 뒤에는 모래톱에 내려가 마을과 산자락을 함께 바라보는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물이 얕은 날에는 잔잔한 강물과 은빛 모래밭 너머로 고택 지붕이 겹쳐 보이지만, 비가 내린 뒤에는 강 수위가 높아져 외나무다리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방문 당일 기상 상황과 현장 통제 여부를 확인하고,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가기 쉬우므로 걷기 편한 운동화를 신는 편이 좋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
| 마을 특징 | 내성천이 삼면을 감싸는 물돌이마을 |
| 주요 볼거리 | 해우당 고택, 만죽재 고택, 초가집, 모래톱 |
| 외나무다리 | 길이 약 150m, 폭 약 30cm |
| 문화유산 | 마을 일대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
| 방문 전 확인 | 강 수위와 외나무다리 통제 여부 |
2. 돌담과 수로 사이로 가을빛 스며드는 '아산 외암민속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설화산 아래 자리한 외암민속마을은 약 500년 전 강씨와 목씨 등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 조선 명종 때 이정이 이주한 뒤 예안 이씨가 대대로 살았으며, 이정의 6대손인 학자 이간이 자신의 호를 '외암'으로 지으면서 마을 이름도 외암이라 불리게 됐다.
마을 전체는 2000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정 면적은 19만 7292㎡로, 기와를 얹은 상류층 주택부터 중류층 가옥과 초가까지 신분과 생활 형편에 따라 달라졌던 집 형태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집과 집 사이는 총길이 약 5.3㎞에 이르는 돌담길로 연결된다. 담장은 밭을 일구며 나온 크고 작은 돌을 다듬지 않고 쌓아 만든 것으로, 높이가 낮아 골목이 답답하게 막히지 않는다. 담 위로 감나무와 대추나무 가지가 길게 뻗고, 가을에는 붉게 익은 열매와 누렇게 빛나는 볏단이 회색 돌담과 어우러진다.
돌담길과 함께 눈여겨볼 곳은 설화산 계곡에서 흘러온 물을 끌어들인 수로다. 물길은 골목과 집 안 정원을 지나 연못으로 흘러가며 생활용수와 조경에 함께 쓰였다. 외암마을 건재고택에서는 수로의 쓰임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집은 건재 이상익이 1869년 지금의 모습으로 지었으며, 사랑채 앞 정원에는 설화산에서 내려온 물이 연못을 거쳐 흐르도록 꾸몄다. 안채와 사랑채는 서로 마주 보는 '튼 ㅁ'자형으로 배치됐고 집 안에는 서화와 도자기, 현판 등 유물 300여 점이 보관돼 있다. 내부 관람은 제한될 수 있어 개방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체험 프로그램 운영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떡메치기, 강정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다도와 예절교육, 감자 수확, 고구마 캐기 등이 올라와 있다. 프로그램마다 대상 연령과 소요 시간이 다르고 계절이나 예약 인원에 따라 열리지 않는 날도 있으므로 방문 전에 예약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과 어린이 1000원이다. 아산시민과 65세 이상 관람객, 보호자를 동반한 7세 이하 어린이 등은 증빙자료를 지참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하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없다. 주차장은 무료지만 주민 차량을 제외한 관람객 차량은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취사와 야영, 흡연, 쓰레기 투기도 금지된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충남 아산시 송악면 |
| 돌담길 | 총길이 약 5.3km |
| 주요 볼거리 | 고택, 초가, 돌담, 수로, 건재고택 |
| 관람시간 |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
|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1000원 |
| 주차 | 무료, 관람객 차량 마을 내부 진입 제한 |
3. 느릿한 걸음으로 돌담길 걷는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 자리한 삼지내마을은 오래된 한옥과 굽은 돌담길이 남아 있는 농촌 마을이다. 월봉천과 운암천, 유천 등 세 갈래 물길이 만나는 곳이라 삼지천 또는 삼지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7년에는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슬로시티에 이름을 올렸다.
마을에 들어서면 반듯하게 정비된 관광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흙과 돌을 함께 쌓아 만든 토석담이 골목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고 담장 안쪽으로 기와지붕과 오래된 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삼지내마을 돌담길은 전체 길이가 약 3.6㎞에 이른다.
삼지내마을은 장흥 고씨 집성촌으로도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이끈 제봉 고경명과 둘째 아들 고인후의 후손들이 살아온 마을로, 고택과 오래된 담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창평면 일대는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고을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담양군에 편입됐다.
창평에서 빼놓기 어려운 먹거리는 쌀엿과 한과다. 농경지에서 생산한 곡물을 이용한 음식이 오래전부터 이어졌고, 현재도 창평시장과 마을 주변에서 쌀엿과 한과를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마을 안쪽만 둘러보고 돌아가기보다 창평시장까지 함께 걸으면 오래된 골목과 지역 먹거리를 한 번에 접하기 좋다.
자가용으로 찾는다면 남극루 주변 공영주차장을 출발점으로 잡을 수 있다. 남극루에서 창평면사무소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걸으면 돌담과 고택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 길이 급하게 오르내리지 않아 오래 걷는 산책보다 좁은 골목을 천천히 둘러보는 일정에 가깝다.
다만 삼지내마을은 관광객을 위해 따로 만든 민속촌이 아니다.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집이 골목 양쪽에 붙어 있어 대문 안으로 들어가거나 담장 너머를 촬영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이른 아침과 늦은 시간에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개방된 골목과 관람 공간만 이용하는 편이 좋다.
돌담길 일부는 흙과 돌이 섞여 있고 골목 폭도 넓지 않다. 비가 내린 뒤에는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어 굽이 높은 신발보다 걷기 편한 운동화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 구분 | 내용 |
|---|---|
| 위치 | 전남 담양군 창평면 |
| 마을 특징 | 세 갈래 물길이 만나는 옛 농촌마을 |
| 돌담길 | 전체 길이 약 3.6km |
| 주요 볼거리 | 토석담, 한옥, 고택, 오래된 골목 |
| 함께 둘러볼 곳 | 창평시장, 남극루 주변 |
| 방문 예절 | 사유지 출입과 담장 너머 촬영 자제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주민 거주 구역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방문을 피한다.
- 울퉁불퉁한 흙길과 돌길에 대비해 굽이 낮고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는다.
- 주민의 허락 없이 대문 안이나 담장 너머를 촬영하지 않고 공용 길에서만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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