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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을 펼치고 연필을 쥐면 먼저 그릴 거리가 많은 풍경부터 찾게 된다. 카메라로 찍는 것과 달리 손으로 선을 옮길 때는 지붕선 하나, 나뭇가지 하나까지 눈으로 살펴야 종이 위에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여행지를 고를 때도 익숙한 경치보다 선과 면이 겹치는 곳을 찾게 된다.
돌담이 굽은 골목이나 나무 기둥이 이어진 길, 담벼락을 그림으로 채운 언덕처럼 여러 형태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연필 하나로도 구도를 잡기 쉽다. 국내에는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가 여러 곳 있다.
| 여행지 | 위치 | 그림 포인트 |
|---|---|---|
| 아산 외암민속마을 | 충남 아산시 송악면 | 초가 돌담 5.3km, 옛 가옥 60여 채 |
|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 전남 담양군 담양읍 | 1300여 그루 초록 터널, 5km 구간 |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 경남 통영시 중앙동 | 골목마다 다른 벽화, 동포루 전망 |
1. 아산 외암민속마을, 500년 묵은 돌담과 소나무숲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자리한 외암민속마을은 국가민속문화유산 제236호로 지정된 옛 마을이다. 약 500년 전 강씨와 목씨 등이 정착한 뒤, 조선 명종 때 예안 이씨가 이주해 오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설화산 자락 아래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한 마을에는 조선 후기 중부지방 가옥 양식을 보여주는 옛 한옥과 초가 60여 채가 남아 있다. 집과 집 사이에는 약 5.3km 길이의 초가 돌담이 이어진다. 참판댁, 병사댁, 종손댁처럼 집주인의 옛 관직이나 출신지에서 따온 이름도 그대로 남아 있다.
돌담의 곡선과 완만하게 이어지는 초가지붕, 마을을 둘러싼 소나무숲의 가지까지 한 화면에 담기 좋다. 골목 어귀에서 마을 안쪽을 바라보면 돌담과 지붕, 뒤편 소나무숲이 차례로 겹쳐 보여 구도를 잡기도 쉽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생활감이 남아 있다는 점도 다른 옛 마을과 구분된다.
매년 5월쯤에는 '외암마을야행'이 열려 한옥과 어우러진 조명 아래에서 밤 풍경을 그려볼 수 있고, 10월에는 짚풀문화제가 열려 초가지붕을 새로 엮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산시민과 만 7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민박 이용객 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2.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1300여 그루가 만든 초록 터널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은 1972년 옛 국도 24호선 5km 구간에 5년생 묘목 1300여 그루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나무가 자라 지금은 20m 높이의 나무들이 길 양쪽에서 하늘을 가려 초록빛 터널을 이룬다. 2002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가로수길로 자리 잡았다.
일직선으로 뻗은 나무 기둥은 원근감을 살려 스케치하기 좋다. 길 가운데 서서 앞을 바라보면, 좌우 나무 기둥이 멀어질수록 한곳으로 모이듯 좁아져 깊이 있는 구도를 잡기 쉽다. 또한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는 나무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겹쳐 명암을 표현하기도 좋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1000원, 어린이는 700원이며 담양군민과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운영시간은 하절기인 5월부터 8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인 9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산책로 중간에는 개구리생태공원이 있어 쉬어가기 좋고, 입구는 유럽풍 건물이 늘어선 메타프로방스와 이어져 대나무숲 죽녹원, 제방길 관방제림까지 하루에 세 가지 숲길을 걷는 일정도 짤 수 있다.
3.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골목마다 다른 그림이 걸린 언덕
경남 통영시 중앙동, 통영중앙시장 뒤편 언덕에 자리한 동피랑 벽화마을은 원래 철거가 예정됐던 마을이다. 2007년 10월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어 낡은 담벼락에 그림을 채워 넣으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남았다. 골목마다 다른 손으로 그린 벽화가 이어지고, 그중에서도 어린왕자를 담은 벽화는 많은 사람이 찾는 그림이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은 오르막을 걷는 동안 보이는 풍경이 계속 달라져, 한 자리에서도 여러 각도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언덕 정상 동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통영중앙시장,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지붕과 바다를 함께 담기 좋다. 드라마 ‘빠담빠담’, ‘착한남자’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어 촬영지를 따라 골목을 둘러보는 사람도 많다. 마을은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고, 맞은편 서피랑 언덕까지 함께 돌아보기 좋다.
오늘의 여행 팁
- 돌담이나 벽화처럼 선이 많은 곳은 연필 하나로도 구도를 잡기 쉽다.
- 오전과 늦은 오후는 그림자가 길게 생겨 명암을 넣기 좋은 시간이다.
- 동피랑처럼 계단이 많은 골목은 접이식 의자를 챙기면 오래 앉아 그리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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