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의 온더투어 #03] 입장료 무료→유료된 용추협곡 방문해 보니
상의주차장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상의주차장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상의주차장에 차를 대는 순간 눈앞을 가로막는 건 암봉이다. 잿빛 절벽이 하늘을 반쯤 가리고 서 있고, 주차장 초입부터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음을 옮긴다.

9월 중순, 이른 아침인데도 매표소 자리였던 공간은 텅 비어 있다. 입간판 하나가 "문화재관람료 폐지"를 안내할 뿐, 표를 끊으라는 사람도 줄도 없다.

대전사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협곡길

용추협곡 나무 데크길. (AI 생성) / 온더투어
용추협곡 나무 데크길. (AI 생성) / 온더투어

청송 용추협곡에 다녀왔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 상가 거리를 지나면 대전사가 나온다. 고려 태조 2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절인데, 절 마당에 서면 뒤편으로 솟은 기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냈다지만, 2023년 5월 4일부로 폐지돼 지금은 그냥 지나쳐 걸으면 된다. 시루봉이 보이는 지점에는 자판기 하나가 서 있었다. 학수교를 건너면서부터 길 양옆으로 바위벽이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한다. 이 구간부터가 본격적인 용추협곡이다.

절벽이 좌우로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좁게 보이고 계곡물 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물살은 빠르지 않지만, 바위틈을 따라 흐르면서 주변 공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이곳의 암석은 안산암으로, 풍화와 침식에 강해 물길이 곧게 이어지지 않고 굽이치며 흐른다. 안내판에는 이런 지형 때문에 협곡이 깊어지고, 폭포도 여러 곳 생겼다고 적혀 있다. 상의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는 2.7㎞로, 오전 기준 약 1시간 15분이 걸린다.

용추폭포 앞에서 갈라지는 물줄기

용추폭포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용추폭포 전경. (AI 생성) / 온더투어

첫 번째로 마주하는 폭포가 용추폭포다. 두 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소(沼)를 만들고, 그 위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지점이다. 여름에는 이 일대가 피서객으로 붐빈다는데, 9월 중순에도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는 사람이 여럿이다. 절벽 사이로 부는 바람이 산 아래보다 확실히 차갑다. 협곡 폭이 좁고 그늘이 짙어, 한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남아 있다.

용추폭포를 지나면 길이 다시 갈린다. 오른쪽으로는 절구폭포와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안쪽 계곡길, 왼쪽으로는 주왕굴 방면 산길이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용연폭포까지 걷고 돌아 나오는 동선을 택한다. 용추폭포에서 용연폭포까지 2.6㎞, 55분 정도가 더 걸리니 왕복 전체로는 10.6㎞, 4시간 20분 안팎을 잡으면 된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용추폭포까지만 보고 돌아 나와도 왕복 5.4㎞ 코스로 2시간 반이면 다녀올 수 있다.

화산이 남긴 지형

이 일대는 백악기 무렵 거대한 호수였다고 한다. 호수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굳고, 그 위로 뜨거운 화산재가 여러 차례 쏟아지면서 지금의 암벽이 만들어졌다. 청송군 일대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는데, 2010년 제주도 다음으로 국내 두 번째다.

용추협곡, 기암 단애, 급수대 주상절리 같은 지점이 지질공원 명소로 함께 묶여 있다. 협곡을 걷다 보면 켜켜이 쌓인 줄무늬 암석이 눈에 띄는데, 진흙이 굳은 어두운 층과 모래가 굳은 밝은 층이 번갈아 나타난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이 줄무늬가 과거 물이 흐르던 방향을 알려준다고 한다.

지난해 봄에는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 국립공원 산림의 약 30%까지 번져, 탐방지원센터와 화장실 일부가 불에 탔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부 구간 출입이 막혔는데, 지난 5월 통제 13개월 만에 마지막 구간까지 재개통되면서 전 탐방로가 다시 열렸다.

주변에 같이 들를 만한 곳들

주산지 전경. / 국가유산포털 제공
주산지 전경. / 국가유산포털 제공

협곡을 다 돌아 나와도 시간이 남는다면, 주산지까지 발을 넓혀볼 만하다. 150여 년 된 왕버들이 물 위에 떠 있는 저수지로, 상의주차장에서 차로 그리 멀지 않다. 철분 성분이 강한 달기약수로 고아 낸 닭백숙도 청송에서 빼놓기 아쉬운 먹거리다.

청송 사과로 만든 사과빵과 사과막걸리를 파는 가게도 상가 거리 곳곳에 있다. 겨울 한정이긴 하지만, 높이 63m 빙벽이 서는 청송 얼음골도 같은 국립공원 권역에 있어 계절을 달리해 다시 찾아볼 만하다. 하루 더 머물 계획이라면, 지난해 11월 새 단장을 마친 상의캠핑장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구분 내용
위치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공원길 169-7
입장료 무료(대전사 문화재관람료 2023년 5월 4일 폐지)
주차료(상의주차장) 소형차 기준 2000원
탐방안내소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관)
코스 거리·시간 상의주차장~용추폭포 2.7㎞(1시간 15분), 왕복 전체 10.6㎞(4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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