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년 전 만들어진 공간을 들어간다니…" 한여름에도 12도 유지하는 6.5km 동굴 명소
삼척 덕항산 자락 환선굴 내부. 거대한 석회암 동굴 안으로 관람로와 조명이 설치돼 있어 지하 공간을 따라 걸을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ai
삼척 덕항산 자락 환선굴 내부. 거대한 석회암 동굴 안으로 관람로와 조명이 설치돼 있어 지하 공간을 따라 걸을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ai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여름에도 강원도 삼척 덕항산 자락의 환선굴 안은 서늘하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바깥의 더운 공기가 금세 잦아들고, 안쪽으로 몇 걸음만 옮겨도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환선굴 내부 온도는 계절과 관계없이 10~15도 안팎을 유지한다. 동굴 안에 설치된 온도계도 대체로 12도 안팎을 가리켜, 여름철 피서지로 찾는 방문객이 많다.

환선굴의 역사는 약 5억 3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질학에서 캄브리아기로 부르는 시기다. 당시 바다 밑에 쌓인 석회암층이 오랜 시간 물에 녹고 깎이면서 거대한 지하 동굴이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남은 환선굴

삼척 환선굴 내부 탐방로. 넓은 동굴 공간 안으로 조명이 비치고 관람 데크가 암반 사이를 지난다. /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삼척 환선굴 내부 탐방로. 넓은 동굴 공간 안으로 조명이 비치고 관람 데크가 암반 사이를 지난다. /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환선굴은 지질 역사뿐 아니라 옛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조선 현종 때 문신 허목이 쓴 '척주지'에는 환선굴에 관한 내용이 남아 있다.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동굴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일반 관람이 시작된 시점은 1997년 10월 15일이다. 1966년에는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돼 국가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동굴 입구는 폭 16m, 높이 12m에 이른다. 총길이는 6.5km가 넘고, 주굴 길이만 3.2km에 달한다. 국내에서 일반에 개방된 석회암 동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히며, 동양 최대급 동굴로도 소개돼 왔다. 

동굴 입구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길

삼척 환선굴 입구로 오르는 길. 숲과 계곡을 따라 놓인 탐방로 주변에 노란 꽃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져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입구로 오르는 길. 숲과 계곡을 따라 놓인 탐방로 주변에 노란 꽃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져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환선굴을 찾을 때는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오르는 길도 생각해야 한다. 입구까지는 가파른 언덕과 계단이 이어지고, 걸어서 오르면 보통 30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경사가 있는 편이라 어린이나 어르신을 동반했다면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낫다. 

삼척 환선굴 모노레일. 숲과 계곡 사이 가파른 선로를 따라 동굴 입구 방향으로 오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모노레일. 숲과 계곡 사이 가파른 선로를 따라 동굴 입구 방향으로 오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가파른 구간을 줄여주는 모노레일도 운행된다. 거동이 불편한 방문객이나 긴 오르막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모노레일을 이용해 동굴 입구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 다만 정비나 시설 사정에 따라 운행이 멈추는 기간도 있다. 운행하지 않는 날에는 도보로만 입구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방문 전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입구로 오르는 길에는 숲길과 작은 폭포도 있다. 나무가 만든 그늘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고, 폭포 근처에서는 동굴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아홉 이름을 가진 환선굴의 종유석 지형

삼척 환선굴 내부 관람로. 좁은 통로와 넓은 동굴 공간이 번갈아 나타나며 조명 아래 지하 지형을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내부 관람로. 좁은 통로와 넓은 동굴 공간이 번갈아 나타나며 조명 아래 지하 지형을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환선굴 안으로 들어서면 좁은 통로와 넓은 공간이 번갈아 나온다. 폭은 구간에 따라 20m에서 100m까지 벌어지고, 높이는 최대 30m에 이른다. 고개를 숙이고 지나야 하는 좁은 동굴과 달리 관람로가 비교적 넓게 놓여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삼척 환선굴 동굴 생성물. 석순과 석주가 오랜 시간 쌓이며 만든 울퉁불퉁한 암반 지형이 조명 아래 드러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동굴 생성물. 석순과 석주가 오랜 시간 쌓이며 만든 울퉁불퉁한 암반 지형이 조명 아래 드러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수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종유석과 석순, 석주는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중 선녀바위, 누룩바위, 만물상, 도깨비방망이, 옥좌대, 마리아상, 미녀상, 거북이, 사자상 등 아홉 지형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동굴 내부 관람 시간은 보통 1시간 안팎이다. 빠르게 지나가면 40분 정도에도 둘러볼 수 있지만, 사진을 찍고 안내판을 읽으며 걷는다면 시간이 더 걸린다.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오르는 시간까지 더하면 전체 일정은 2시간 정도로 잡는 편이 낫다.

동굴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관람 규칙

삼척 환선굴 내부 물길. 석회암 동굴 안에서 작은 폭포가 암반을 따라 흐르고 관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내부 물길. 석회암 동굴 안에서 작은 폭포가 암반을 따라 흐르고 관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환선굴은 석회암 동굴의 지형과 함께 동굴 안 생물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동굴 안에서는 14목 35종의 동물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4종은 동굴 안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있고 종유석도 훼손에 약해 관람 중에는 손으로 지형을 만지거나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반려동물 동반 입장도 제한된다.

삼척 대금굴 내부 관람로. 석회암 동굴 안으로 데크길과 조명이 설치돼 있으며 종유석과 암반 지형을 가까이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경기
삼척 대금굴 내부 관람로. 석회암 동굴 안으로 데크길과 조명이 설치돼 있으며 종유석과 암반 지형을 가까이 볼 수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경기

환선굴 근처에는 대금굴도 있다. 두 동굴은 같은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에 있지만 관람 방식은 다르다. 환선굴은 현장에서 표를 산 뒤 입장할 수 있고, 사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반면 대금굴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입구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며, 입장료에는 모노레일 이용료가 포함돼 있다. 동굴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모노레일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행되므로 대금굴까지 함께 보려면 예약 시간과 이동 시간을 미리 맞춰야 한다.

방문 전 확인할 운영 시간과 준비물

삼척 환선굴 내부 탐방로. 데크길을 따라 관람객들이 동굴 안쪽으로 이동하며 석회암 지형과 물길을 살펴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삼척 환선굴 내부 탐방로. 데크길을 따라 관람객들이 동굴 안쪽으로 이동하며 석회암 지형과 물길을 살펴보고 있다.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환선굴 운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매표가 가능하다. 매월 18일은 정기 휴관일이며, 18일이 공휴일이나 연휴와 겹치면 다음 평일에 쉰다.

입장료는 어른 4500원, 경로와 청소년 3000원, 어린이와 군인 2000원이다.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신기면 주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환선굴은 별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표를 사면 된다.

마실 물과 얇은 겉옷도 챙겨야 한다. 입구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있어 더운 날에는 땀이 나기 쉽고, 동굴 안은 12도 안팎까지 내려가 오래 머물면 서늘하게 느껴진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구간도 있어 모자나 가벼운 우비를 챙기면 관람 중 불편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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