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솟값은 한국이랑 비슷한데… 사실은 세상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 1위입니다
스위스 포스키아보 산악. / Alpine Drone-shutterstock
스위스 포스키아보 산악. / Alpine Drone-shutterstock

스위스 여행을 준비하면서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마친 뒤 현지 물가를 확인하다 보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커피 한 잔은 7스위스프랑(약 1만 3000원), 대중교통 1회 승차권은 5스위스프랑(약 9600원) 수준으로 책정된 곳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같은 품목을 구입할 때보다 2~3배 비싼 편이며,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1인당 30스위스프랑(약 5만 7000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10개국 순위에서 스위스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뒤를 이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싱가포르, 일본, 이스라엘, 한국, 호주 순으로 순위가 매겨졌다. 인접한 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스위스의 물가 수준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넘긴 나라

스위스 국기 자료 사진. / JOACHIM CH-shutterstock
스위스 국기 자료 사진. / JOACHIM CH-shutterstock

2024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기준 스위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만 5669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만 달러 선을 넘었다. 스위스보다 순위가 높은 나라는 아일랜드(10만 6059달러)와 룩셈부르크(13만 1384달러) 2개국뿐이다.

2025년에는 IMF 기준 명목 GDP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명목 GDP가 1조 달러를 넘어선 인구 1000만 이하 국가는 스위스가 유일하다. 명목 GDP 규모가 비슷한 폴란드 인구가 약 3600만 명, 타이완 인구가 약 23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인구 800만 명 규모 국가가 낸 수치로는 이례적이다. 세계은행 기준으로는 1973년까지 룩셈부르크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고, 1974년부터 1993년까지는 룩셈부르크를 앞섰다가 1994년부터 다시 뒤로 밀렸다.

채솟값은 한국과 비슷해도 외식비는 다른 차원

스위스 빵이 매대에 진열돼 있다. / AnnaRoth108-shutterstock
스위스 빵이 매대에 진열돼 있다. / AnnaRoth108-shutterstock

물가 수준은 세율이 어떻게 붙는지에 따라 품목별로 차이가 벌어진다. 프랑스는 물가가 낮은 품목이 많아, 바젤이나 제네바 등 국경 지역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장을 보러 가는 경우가 잦다. 반대로 담배나 주류처럼 세금이 많이 붙는 품목은 프랑스보다 스위스나 룩셈부르크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 등 원재료 물가는 한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과 스위스의 소득 격차를 고려하면, 원재료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인건비가 반영되는 식당이나 택시 요금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다. 높은 물가만큼 임금 수준도 유럽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프랑스 등 인접국에서 스위스로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인력도 상당하다.

관광보다 금융·제약이 이끄는 경제

스위스 은행 USB. / AxOst-shutterstock
스위스 은행 USB. / AxOst-shutterstock

한국에서는 유럽 여러 국가가 관광업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스위스는 사정이 다르다. 2019년 기준 스위스 전체 수출액 4300억 달러 가운데 관광 수입은 18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관광업은 감염병 확산이나 세계 경기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해 한 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업은 스위스 경제를 지탱하는 축 중 하나다. 스위스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보관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예금주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는 비밀보장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각지에서 자금이 몰리고 있고, 은행은 이 자금을 운용해 얻는 수익과 보관료로 수익을 낸다. 최근에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고액 예금 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도 늘었다. 기존 금융 외에도 추크 지역에서는 암호화폐 채굴 업체와 제도권 은행들이 자리를 잡았다.

제약 산업도 스위스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제약회사 로슈와 노바티스가 스위스 기업이며, 로슈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생산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론자, 슈트라우만 등 시가총액 30조~50조 원대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인구 800만 명에 불과한 스위스에서 전 세계 의약품의 4%가 만들어진다.

스위스 시계 산업과 정밀 제조업

롤렉스 시계를 들고 있는 모습. / VG1-shutterstock
롤렉스 시계를 들고 있는 모습. / VG1-shutterstock

스위스 제조업 비중은 20%에 육박하며, 2018년 기준 경제복잡성지수(ECI)에서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독일과 함께 유럽 산업 고도화를 이끄는 나라로 꼽힌다. 인건비는 비싼 편이지만 인접국보다 법인세가 낮고, 숙련공의 기술 수준이 높아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

시계 산업이 발달한 배경에는 종교 개혁가 장 칼뱅의 검약령이 있다. 보석 거래와 세공업을 금지한 검약령으로 관련 종사자들이 시계 제조업으로 옮겨가면서 정밀가공기술이 발달했고, 시계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2021년 기준 스위스 수출의 23%가 금으로 집계될 만큼 보석 세공 산업과 시계 산업의 연계도 깊다.

이 외에도 엘리베이터 제조사 쉰들러엘리베이터, PC·게임기 주변기기 업체 로지텍, 롤러코스터 제작사 B&M, 전기전자기기 업체 ABB, 총기 제조사 SIG SAUER 등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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