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나라 한 바퀴를 돕니다" 인구가 1만 2000명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섬
작은 섬나라 나우루의 위성 모습. / Aerial Viewer-shutterstock
작은 섬나라 나우루의 위성 모습. / Aerial Viewer-shutterstock

태평양 한가운데, 주변 수백 킬로미터 안에 다른 나라 하나 없이 홀로 떠 있는 섬이 있다. 면적 21제곱킬로미터, 인구 1만 2000명 남짓한 나우루다. 도로 하나를 따라 쭉 걸으면 30분 만에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나라지만, 엄연히 대통령과 국회를 갖춘 독립국이다.

1968년 호주·영국·뉴질랜드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독립했고, 그 전에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독일의 보호령이었다. 지도에서 찾기도 쉽지 않은 이 섬나라를 실제로 찾는 외국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새 배설물이 만든 부자 나라 시절

과거 새 배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인광석 수출로 엄청난 부를 누렸던 시절의 흔적이 남은 나우루의 항구 전경.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과거 새 배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인광석 수출로 엄청난 부를 누렸던 시절의 흔적이 남은 나우루의 항구 전경.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나우루가 처음부터 이렇게 조용한 나라였던 건 아니다. 1970~80년대 나우루는 1인당 소득이 세계 최상위권에 들던 나라였다. 작은 섬을 부자로 만든 자원은 인산염이었다.

태평양을 오가던 바닷새들은 오랜 세월 나우루 섬에 머물며 배설물을 남겼다. 이 배설물이 산호초 지반과 섞이고 굳어지면서 인광석층이 만들어졌다. 인광석은 비료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원료다. 농업 생산이 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인광석은 국제 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렸다.

나우루는 이 자원 하나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였다. 당시 정부는 국민에게 생활비를 지급했고 세금도 걷지 않았다. 해외 유학을 포함한 교육비도 국가가 부담했다. 결혼한 가정에는 집을 제공하는 제도까지 있었다.

섬 안에는 돈이 빠르게 돌았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여러 대 보유했고, 일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했던 시절이 이어졌다. 부족한 노동력은 외국인 노동자가 채웠다. 중국 남부 출신 노동자들도 이때 나우루에 들어왔고, 이후 정착한 화교 상권은 지금도 섬의 상업 시설 곳곳에 남아 있다.

자원이 마르자 함께 무너진 나라

숲속에 녹슨 채 방치돼 있는 과거의 채굴 시설.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숲속에 녹슨 채 방치돼 있는 과거의 채굴 시설.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문제는 인광석이 유한한 자원이었다는 점이다. 채굴이 계속되면서 매장량은 빠르게 줄었고, 정작 국민들은 오랫동안 일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농사짓는 법도, 물고기 잡는 법도 잊혀 갔다. 인광석으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이마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자원이 고갈되자 나우루는 별다른 대안 없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금 나우루를 다니다 보면 채굴 당시 쓰던 장비들이 녹슨 채 방치돼 있고, 한때 집집마다 여러 대씩 있었다던 자동차들도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길가에 버려진 경우가 많다. 

이름도 다시 찾는다, 나오에로로 개명 추진

나우루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rawf8-shutterstock
나우루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rawf8-shutterstock

이런 나우루가 최근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국명을 '나오에로(Naoero)'로 바꾸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우루 의회는 국명을 나오에로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뒤이어 열릴 예정이다. 데이비드 아데앙 나우루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개정이 우리 국가의 유산과 언어, 그리고 정체성을 더욱 충실히 기리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우루 정부 설명에 따르면 '나오에로'는 원래 이 섬 주민들이 스스로를 부르던 이름이었고,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하면서 '나우루'라는 표기가 대신 굳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나우루 주민 대다수가 쓰는 현지어도 '도레린 나오에로'로, 국명과 언어 이름의 뿌리가 같다. 나우루 정부는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튀르키예(옛 터키), 추크(옛 트루크) 등도 비슷한 이유로 국명을 바꿔온 전례를 함께 들었다. 

지금 나우루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높은 물가 속에서 살아가는 나우루 사람들의 현실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해변의 모습.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높은 물가 속에서 살아가는 나우루 사람들의 현실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해변의 모습.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인산염 산업이 무너진 뒤 나우루에는 새로 나라를 떠받칠 산업이 거의 남지 않았다. 공장도 많지 않고 관광 인프라도 부족하다. 국민 상당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간다. 

생필품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대량 수입에 따른 단가 인하 효과를 누리기 어렵고, 그만큼 물가는 비싼 편이다.

의료 체계도 취약한 편이다. 섬에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은 복잡한 외과 수술이나 중환자 치료를 소화하기 어렵고,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일주일에 몇 차례뿐인 항공편을 이용해 호주로 이송되곤 한다. 

중국과 대만 사이, 그리고 여전히 작은 섬 이야기

나우루 앞바다에 과거 인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길게 설치했던 구조물.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나우루 앞바다에 과거 인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길게 설치했던 시설물. / Robert Szymanski-shutterstock

나우루는 국제 원조와 외교 관계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나라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수교 대상을 여러 차례 바꾼 일도 이런 사정과 맞닿아 있다. 나우루는 두 나라와의 관계 변화 속에서 필요한 재정 지원을 받아왔고, 2024년에는 다시 중국과 수교했다.

호주로 향하던 난민을 대신 수용하고 지원을 받은 일도 있다. 인산염 산업이 무너진 뒤 새 수입원이 부족했던 나우루가 국가 운영 비용을 마련해온 방법 가운데 하나다.

나우루에는 작은 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남아 있다. 헌법상 별도의 수도가 없어 공항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야렌 지역이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한다.

공항 활주로도 일반적인 공항과는 다르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는 신호등으로 출입을 막지만, 항공편이 없을 때는 주민들이 오가는 길처럼 쓰인다. 동네 아이들이 활주로 주변에서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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