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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주변은 아침부터 밤까지 관광객으로 붐빈다. 옥빛 바다 앞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오가고, 해변 뒤편 골목에서는 작은 식당과 편의점, 화장품 가게를 둘러보는 외국인 여행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몇 해 전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일정은 중문관광단지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버스를 타고 특급호텔과 면세점, 단체 식당을 오간 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남기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여행이 많았던 셈이다.
이제는 렌터카나 시내버스를 이용해 함덕과 곽지, 표선 같은 해안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객이 늘었다. 해변을 걷다가 골목 식당에서 식사하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른 뒤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상점까지 둘러본다.
중문을 넘어선 함덕해수욕장 외국인 결제액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경로가 대형 관광단지에서 해안 마을로 넓어진 모습은 카드 결제 수치에서도 나타났다.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 운영사가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 7월 6일까지 제주 주요 해수욕장 주변의 결제 내역을 집계한 결과, 함덕해수욕장 상권의 결제액이 가장 많았다. 2023년 같은 기간 1위였던 중문·색달해수욕장 상권을 앞선 수치다.
같은 기간 제주 지역 전체 외국인 결제액은 약 44% 늘었다. 중문 상권의 증가율은 제주 평균보다 낮았지만 함덕 상권은 약 68%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호텔과 면세점이 모인 중문관광단지뿐 아니라 주민이 생활하는 조천읍 해안 마을에서도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횟집보다 떡볶이집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이 머무는 장소가 달라지면서 식비를 쓰는 방식도 바뀌었다. 함덕 상권의 전체 결제 건수는 약 33% 늘었으며, 식당 결제는 약 22%, 편의점 결제는 약 38% 증가했다. 화장품 매장 결제도 함께 늘어 식사뿐 아니라 간식과 생활용품, 쇼핑으로 지출 범위가 넓어진 모습이다.
중문 상권에서는 회와 해산물이 전체 음식 결제의 29%를 차지했다. 고기구이가 28%로 뒤를 이었고, 국수와 갈치 요리는 각각 13%를 기록했다. 호텔과 관광시설이 모인 지역답게 해산물이나 고기처럼 한 끼 식사에 비중을 두는 소비가 많았다.
함덕에서는 김밥과 떡볶이 같은 분식류가 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라면과 꼬마김밥, 오징어튀김처럼 주문과 포장이 쉬운 메뉴가 많이 선택됐다. 고기구이는 22%, 치킨은 13%, 국밥과 해장국은 8%였으며, 중문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회와 해산물은 함덕에서 3%에 그쳤다.
패키지보다 3.8배 많은 개별 여행객
동네 상권에서 외국인 결제가 늘어난 배경에는 개별 여행객 증가가 있다. 제주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제주를 찾은 개별 여행객은 72만 5849명으로, 패키지 여행객 19만 3489명의 3.8배에 달했다.
스마트폰 지도 앱을 보며 렌터카를 운전하거나 버스를 갈아타는 여행객은 정해진 관광 코스만 따라가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동네 식당을 찾아가고,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음료와 간식을 먹는 시간도 여행 일정에 넣는다.
식사비를 줄인 뒤 남은 예산은 화장품과 편의점 간식 구매로 이어진다. 대형 면세점 대신 마을 안쪽 화장품 매장에 들러 마스크팩과 자외선 차단제를 사고, 골목 편의점에서는 컵라면과 바나나맛 우유를 고른다. 주민이 평소 이용하는 식당과 슈퍼마켓은 가격표가 비교적 분명해 여행객도 부담 없이 결제할 수 있다.
주택가 골목에서 지켜야 할 여행 예절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범위가 해변과 관광지를 넘어 주택가 골목까지 넓어지면서 주민의 생활 공간과 여행 공간이 겹치는 일도 많아졌다. 동네 상권을 즐기는 여행이 늘어난 만큼, 골목에서는 주민의 일상을 배려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도민이 생활하는 주택가가 여행 코스에 포함되면서 방문 예절도 함께 지켜야 한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음악을 틀지 않고,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좁은 골목에 차량을 세우면 주민 통행을 막을 수 있으므로 공영주차장이나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작은 식당과 상점은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일정하지 않은 곳도 있어 방문 전에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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