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반가운 곳입니다…" 장마철에만 진짜 풍경 드러나는 500년 광릉숲 명소
하얀 미국수국이 피어난 수국 정원. / 국립수목원
하얀 미국수국이 피어난 수국 정원. / 국립수목원

장마가 이어지는 7월과 8월, 국립수목원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에만 참여할 수 있는 우중 숲 해설 프로그램이 열린다. 21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장맛비를 머금은 여름 정원, 수국의 시간'을 두 달 동안 운영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는 비옷이나 우산을 준비한 뒤 해설사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빗물이 맺힌 나뭇잎과 꽃을 살펴보고, 젖은 흙과 풀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며 장마철 숲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비가 오는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며, 참가자는 국립수목원 매표소 옆 숲해설센터에서 현장 접수한 뒤 참여할 수 있다.

빗물 머금은 수국 정원 관람 포인트

관람객은 숲 해설가와 함께 미국수국 애나벨과 핑크 애나벨, 산수국이 피어난 여름 정원을 차례로 둘러본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꽃과 잎에 물방울이 맺혀 맑은 날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애나벨은 둥글고 큰 꽃송이가 특징이며, 핑크 애나벨은 연분홍빛 꽃이 풍성하게 모여 핀다. 산수국은 가운데 작은 꽃을 둘러싸듯 가장자리 꽃이 피어 두 품종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비에 젖은 꽃송이는 무게 때문에 아래로 살짝 처지기도 하며, 잎과 줄기에는 빗물이 맺혀 장마철 숲의 분위기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산을 쓰고 숲길을 걷는 동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도 함께 들린다. 숲 해설가는 수국의 품종과 생육 환경, 꽃의 생김새를 설명하며 관람객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짚어준다. 

560년 가까이 지켜온 광릉숲과 야생화

여름 야생화가 어우러진 광릉숲 정원길. / 한국관광공사
여름 야생화가 어우러진 광릉숲 정원길. / 한국관광공사

수국 정원을 지나면 광릉숲에 피어난 여름 야생화를 살펴보는 길이 이어진다. 숲 해설가는 장맛비가 이어지는 동안 식물의 잎과 줄기가 빗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지 설명한다.

범부채는 길고 넓은 잎이 부채처럼 겹쳐 자란다. 빗물은 잎을 따라 아래로 흐른 뒤 줄기 사이에 머물지 않고 땅으로 떨어진다. 물이 오래 고이면 잎이나 줄기가 상하기 쉬운데, 범부채는 빗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생김새 덕분에 비가 잦은 여름에도 잘 버틴다.

광릉숲은 1468년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뒤 오랜 기간 보호돼 왔다.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제한하면서 오래된 나무와 어린나무가 함께 자라는 온대 활엽수림이 남았다. 숲 바닥에는 해마다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가 쌓여 두꺼운 부엽토층이 생겼다.

부엽토는 많은 비가 내릴 때 물을 흡수해 흙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비가 그친 뒤에는 머금고 있던 수분을 천천히 내보내 숲속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광릉숲에는 식물 944분류군이 자라며, 동물과 균류 등을 포함한 생물 6100여 분류군이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철 쏟아지는 빗속에서 걷는 피톤치드 전나무 숲

전나무가 길게 늘어선 피톤치드 숲길. / 한국관광공사
전나무가 길게 늘어선 피톤치드 숲길. / 한국관광공사

국립수목원 남쪽에 자리한 전나무 숲은 장마철에도 걷기 좋은 구간으로 꼽힌다. 1927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가져온 전나무 씨앗을 묘목으로 키워 조성한 곳으로, 수십 년 동안 자란 나무들이 양옆으로 높게 늘어서 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전나무 잎 소리가 숲길을 채운다. 습도가 높아지면서 젖은 나무와 흙에서 짙은 숲 냄새가 올라오고, 전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전나무 숲 옆에는 숲생태관찰로 나무 데크가 이어져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폭이 넓고, 비가 내려 흙길이 젖은 날에도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데크 표면에 물기가 남아 미끄러울 수 있어 보폭을 줄이고 난간을 잡으며 걷는 편이 안전하다.

육림호 통나무 카페와 숲속 실내 관람

초목을 둘러볼 수 있는 난대식물온실 내부. / 한국관광공사
초목을 둘러볼 수 있는 난대식물온실 내부. / 한국관광공사

전나무 숲을 지나 걷다 보면 육림호와 맞닿은 통나무 카페가 나온다. 1989년에 지어진 건물로, 비가 내리는 날에는 호수와 숲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창가에 앉으면 안개가 내려앉은 수면과 빗물에 젖은 나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원두커피와 자몽차 같은 음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카페에서 나온 뒤에는 수생식물원과 난대식물온실로 걸음을 이어갈 수 있다. 유리로 덮인 온실 안에서는 비를 피한 채 팔손이와 돈나무 등 남해안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사전 예약과 장마철 산책 준비

. / ⓒ한국관광콘텐츠랩-안영관
피라미드 형태의 국립수목원 온실 외관. / ⓒ한국관광콘텐츠랩-안영관

국립수목원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며, 관람객 수를 제한하는 예약제를 적용한다. 평일에는 하루 5000명, 주말에는 3000명까지 입장할 수 있어 방문 날짜를 정한 뒤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숲길 곳곳에 젖은 낙엽과 진흙이 남아 평소보다 미끄럽다. 밑창의 홈이 깊고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으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나무 데크에도 물기가 남을 수 있어 보폭을 줄이고 난간을 잡으며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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