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뚫다가 이런 게 나왔다니…" 영월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1810m 비밀공간
석회암 동굴 내부를 탐사대원들이 둘러보는 모습. / 국가유산청
석회암 동굴 내부를 탐사대원들이 둘러보는 모습. / 국가유산청

강원 영월의 산속에는 총연장 약 1810m에 이르는 거대한 석회동굴이 자리한다. 분덕재동굴은 국내 석회암동굴 가운데 세 번째 규모로 평가됐으며, 내부에는 종유관과 곡석, 흰 꽃을 닮은 석화 등 여러 동굴 생성물이 남아 있다.

보존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가지정 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영월군은 2026년 8월 14일 종합학술조사와 종합관리계획 최종보고회를 열어 앞으로의 보호와 공개 범위를 논의했다.

터널 공사 도중 발견된 1810m 분덕재동굴

천장에 촘촘히 내린 가느다란 종유관과 바닥에서 촛대처럼 솟아오른 촛대 모양 석순. / 국가유산청
천장에 촘촘히 내린 가느다란 종유관과 바닥에서 촛대처럼 솟아오른 촛대 모양 석순. / 국가유산청

분덕재동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20년 영월읍과 북면을 잇는 분덕재터널 공사가 진행되던 때다. 산을 뚫던 작업 도중 암석 너머에서 빈 공간이 확인되면서 공사가 멈췄고, 이후 조사팀이 내부로 들어가 동굴의 길이와 지형을 살폈다. 관광을 위해 찾아낸 동굴이 아니라 도로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조사가 이어지면서 굽이진 통로와 넓은 공간이 차례로 확인됐고, 전체 길이는 약 1810m로 측정됐다. 안쪽으로 갈수록 여러 형태의 동굴 생성물이 발견되면서 보존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터널 공사가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산속에 남아 있었을 공간이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공사를 멈추고 먼저 지켜낸 분덕재동굴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정밀 조사를 진행한 현장. /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정밀 조사를 진행한 현장. / 국가유산청

터널 공사 중 동굴이 발견되면 공사 일정이 늦어지고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분덕재동굴 현장에서는 발견 직후 굴착 작업을 멈추고 동굴을 보호하는 조치부터 시작했다. 도로 공사를 이어가기보다 내부 훼손을 막는 쪽을 택했고, 이후 조사와 보호 절차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도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동굴이 곧바로 보호를 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첫 기록이기도 하다.

공사가 멈춘 덕분에 동굴 안에 남아 있던 작은 생성물들도 훼손을 피할 수 있었다. 종유관과 곡석처럼 한 번 부서지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생성물이 발견 당시 모습을 지켰고, 내부 조사도 훼손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은 충격에도 부서지는 3m 종유관이 천장을 채운 분덕재동굴

쉽게 부서지는 가늘고 섬세한 종유관들이 천장을 빼곡히 채운 장관. / 국가유산청
쉽게 부서지는 가늘고 섬세한 종유관들이 천장을 빼곡히 채운 장관. / 국가유산청

분덕재동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천장에 길게 매달린 종유관이다. 내부에는 길이가 최대 3m에 이르는 국내 최장급 종유관이 확인됐는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속 석회 성분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가느다란 관 모양으로 자란 것이다. 

천장 곳곳에는 이런 종유관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어 일반적인 석회동굴에서 볼 수 있는 굵은 종유석과는 또 다른 모습을 만든다. 가늘고 긴 관들이 아래로 줄지어 내려와 있으며,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섬세하다. 

아래로만 자라지 않고 옆으로 뻗는 곡석과 바위에 핀 석화

바위 표면 위로 눈꽃이나 결정체처럼 섬세하게 방사형으로 피어난 신비로운 동굴 생성물 석화. / 국가유산청
바위 표면 위로 눈꽃이나 결정체처럼 섬세하게 방사형으로 피어난 신비로운 동굴 생성물 석화. / 국가유산청

천장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종유관 주변에는 방향을 바꾸며 자란 곡석도 곳곳에 자리한다. 곡석은 일반적인 종유석처럼 아래쪽으로만 자라지 않고 옆으로 휘거나 위쪽을 향해 뻗기도 한다. 분덕재동굴에서는 가느다란 실처럼 뻗은 곡석부터 여러 갈래로 휘어진 것까지 볼 수 있으며, 좁은 공간에 여러 개가 모여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암벽 곳곳에서는 흰 꽃이나 산호를 닮은 석화도 발견됐다. 바위 표면을 따라 퍼진 석화와 방향을 달리하며 자란 곡석, 천장에서 내려오는 종유관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 분덕재동굴 내부에서 여러 종류의 동굴 생성물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을 받기 전 온도와 습도부터 살피는 분덕재동굴

분덕재동굴은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관람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랫동안 외부와 떨어져 있던 동굴은 내부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왔는데, 많은 사람이 드나들거나 조명이 설치되면 내부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체온과 호흡으로 온도가 올라갈 수 있고, 조명이 켜진 주변에는 이끼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공개에 앞서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분덕재동굴에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는 종유관과 곡석이 곳곳에 남아 있어 관람객이 다닐 구간과 조명 설치 위치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영월군은 서둘러 문을 열기보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꾸준히 살피고, 사람의 출입이 동굴 안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전 구간 개방 대신 일부만 열어 보존과 관람 함께 준비

분덕재동굴은 총연장 1810m 전부를 관광 코스로 만드는 방식보다 훼손 우려가 적은 일부 구간만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종유관과 곡석이 밀집한 구역처럼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은 출입을 제한하고, 비교적 안전한 구간을 중심으로 관람 횟수와 인원을 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분덕재동굴은 일반인이 입장권을 구매해 자유롭게 관람하는 단계가 아니다. 내부 조사와 관리 기준 마련이 이어지고 있어 공식 안내 없이 동굴 입구를 찾거나 출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동굴인 만큼 어느 구간을 공개하고 몇 명까지 받을지 충분히 검토한 뒤 관람 방식이 정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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