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처음 발생한 초유의 사태… 천재지변으로 전면 취소 결정 내린 '축제' 속사정
온실 내부와 관람로 전체가 황토색 흙탕물로 가득 차 침수된 거제섬꽃축제장 현장. / 거제시
온실 내부와 관람로 전체가 황토색 흙탕물로 가득 차 침수된 거제섬꽃축제장 현장. / 거제시

광복절 연휴 거제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가을 축제를 준비하던 지역 곳곳에도 큰 피해가 났다. 지난 15일~17일까지 사흘 동안 거제에는 90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지난 17일 오전에는 시간당 120mm가 넘는 폭우까지 쏟아졌다.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수확을 앞둔 농경지도 침수됐으며, 산비탈에서는 토사가 흘러내리는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 피해는 가을에 열릴 예정이던 지역 축제에도 번졌다. 거제시는 오는 10월 30일부터 오는 11월 8일까지 열 예정이었던 제20회 거제섬꽃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매년 많은 관람객이 찾는 행사지만 폭우로 축제장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정상적인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로 행사를 열지 못했던 2021년을 빼면 날씨와 자연재해 때문에 거제섬꽃축제가 취소되는 것은 처음이다.

축제장 전체를 삼킨 물폭탄에 폐기 처분 앞둔 수만 송이 국화

정성껏 가꿔온 수만 송이의 국화 화분들이 침수 피해를 입어 대거 훼손된 모습. / 거제시
정성껏 가꿔온 수만 송이의 국화 화분들이 침수 피해를 입어 대거 훼손된 모습. / 거제시

축제가 열릴 예정이던 거제시농업기술센터와 주변 시설도 폭우를 피하지 못했다. 메인 행사장으로 쓰이는 4377㎡ 규모의 잔디광장과 4000㎡ 규모의 농심테마파크가 물에 잠겼고, 실내외 유리온실을 비롯한 축제 시설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축제를 위해 준비하던 국화 조형물도 크게 망가졌다. 대형 7종과 중형 18종, 소형 18종 등 모두 43종의 조형물이 흙탕물에 잠기면서 쓰러지거나 파손됐다. 가을 행사장을 채울 예정이었던 국화 2만 4000여 주도 물에 잠겨 상당수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시간 축제를 준비해 온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가꾼 국화와 조형물이 며칠간 내린 폭우로 한꺼번에 피해를 입으면서 행사 준비도 더는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거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정글돔까지 멈춘 침수 피해

거제식물원 정글돔과 농심테마파크 전경. / 거제시
거제식물원 정글돔과 농심테마파크 전경. / 거제시

폭우 피해는 축제장을 넘어 거제식물원까지 번졌다.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정글돔과 야외 정글타워에도 빗물이 들어차면서 주요 기계 설비가 멈췄고, 한동안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온실에서 제어 설비가 멈추자 내부 식물 관리에도 차질이 생겼다.

주변에 있는 농업과학관과 곤충체험관도 바닥까지 물이 차면서 관람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거제시와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배수 펌프와 살수차 등을 동원해 물을 빼내고, 흙탕물이 묻은 시설과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20번째 맞이하던 거제 가을 축제, 폭우로 처음 취소된 사연

야간 조명 아래 빛나는 정글돔과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던 축제장의 야경. / 거제시
야간 조명 아래 빛나는 정글돔과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던 축제장의 야경. / 거제시

올해 거제섬꽃축제 취소가 더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행사가 20번째를 맞는 해였기 때문이다. 거제섬꽃축제는 2006년 거제시 인구 20만 명 돌파를 기념해 거제시농업개발원 일대에서 열린 '거제가을꽃한마당축제'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 차례 행사로 기획됐지만, 농업개발원 직원들이 시험 재배장에 꽃을 심고 행사 규모를 넓히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가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0년에는 기존 이름이 길고 뜻이 겹친다는 시민 의견을 받아 공모를 거쳐 '거제섬꽃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거제를 떠올리게 하는 '섬'과 행사장을 채우는 '꽃'을 합친 이름으로, 국화뿐 아니라 여러 식물을 함께 선보이는 행사라는 뜻도 담았다. 이후 농업 관련 전시와 체험에 청소년 K팝 페스티벌, 노래자랑, 승마 체험 등이 더해지면서 행사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에는 약 3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아 지역에 85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스무 번째 행사를 앞두고 공연과 체험 부스, 국화 조형물 등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광복절 연휴에 쏟아진 폭우로 축제장이 크게 물에 잠기면서 계획을 모두 접게 됐다. 

포도밭까지 잠기며 지역 한우 축제도 취소된 둔덕면

섬꽃축제뿐 아니라 둔덕면에서 준비하던 '제15회 둔덕포도한우축제'도 집중호우 피해로 취소됐다. 사흘 동안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둔덕면 일대 포도밭 상당수가 흙탕물에 잠겼고, 수확을 앞둔 포도와 농작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일부 밭은 물이 성인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포도나무 뿌리가 물에 잠기거나 열매가 상하는 피해도 발생했다.

농가들은 축제를 준비하기보다 침수된 밭을 정리하고 망가진 시설을 복구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비바람에 훼손된 비닐하우스를 고치고, 물에 잠긴 포도밭에서는 건질 수 있는 열매를 골라내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행사를 여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축제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둔덕포도한우축제는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와 한우를 관광객에게 알리는 가을 행사로 열려 왔다. 올해도 수확철에 맞춰 행사를 준비했지만 집중호우가 농가를 덮치면서 축제 대신 피해 복구가 먼저가 됐다.

무리한 일정 강행보다 여행 전 통제 구역 확인과 안전이 먼저

가을을 앞두고 거제 지역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늦은 휴가나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도 방문 일정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폭우가 지나간 뒤 관광지 주변 도로와 주차장, 산책로 곳곳에 토사가 남거나 시설물이 파손된 곳이 있어 출발 전에 현장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매미성 인근 주차장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쌓이면서 차량 통행이 불편한 구간이 생겼고, 바람의언덕 공영주차장과 근포땅굴, 학동 일대 탐방시설에서도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관광지 전체가 장기간 폐쇄된 것은 아니지만 복구 작업이나 현장 여건에 따라 주차장 진입과 산책로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

거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출발 전에 거제시청이나 거제관광문화 누리집에서 도로 통제와 관광지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산비탈과 절개지 주변의 흙이 약해져 낙석이나 토사 유출 위험도 남을 수 있다. 해안 절벽길이나 경사가 심한 산길에서는 통제선을 넘지 말고, 출입이 막힌 구간이 보이면 우회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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