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의료에 무상 교육의 나라가 존재한다니… 아직 한국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남아 여행지
평화로운 강변 산책로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히잡 쓴 여성과 아이의 모습. / James Jiao-shutterstock
평화로운 강변 산책로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히잡 쓴 여성과 아이의 모습. / James Jiao-shutterstock

동남아시아 여행지를 고를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태국이나 베트남, 혹은 인도네시아 발리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다. 반면 보르네오섬 북서부에 자리한 인구 약 45만 명의 작은 나라, 브루나이 다루살람을 먼저 떠올리는 여행객은 아직 많지 않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 둘러싸여 국토가 둘로 나뉜 이 나라는 20세기 초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며 큰 부를 쌓았다. 술탄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통치하는 절대왕정 국가이면서도, 그 부의 상당 부분을 국민 복지에 쓰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도시 전체가 차분하고 치안도 안정적인 편이라, 요즘에는 시끌벅적한 유흥가나 인파에 지친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용한 동남아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부, 의료와 교육까지 넓은 복지

황금빛 둥근 지붕이 화려하게 빛나는 웅장한 이슬람 사원의 모습. / tete_escape-shutterstock
황금빛 둥근 지붕이 화려하게 빛나는 웅장한 이슬람 사원의 모습. / tete_escape-shutterstock

브루나이의 복지 수준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내국인은 연간 1브루나이달러, 우리 돈으로 1000원 남짓만 내면 대부분의 공공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 질환은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해외 치료를 지원한다. 교육도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학비가 무료다. 해외 대학 유학을 떠나는 경우 학비와 보호자 생활비까지 국비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주거 부담도 낮은 편이다.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배정받은 뒤 약 30년 동안 나눠 내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개인소득세와 재산세, 사치세가 없어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도 줄어든다.

밤낮으로 걷기 편한 거리

화려한 조명이 켜진 고요한 밤의 강변 위로 배와 웅장한 이슬람 사원. / Fajar Hengki Wijaya-shutterstock
화려한 조명이 켜진 고요한 밤의 강변 위로 배와 웅장한 이슬람 사원. / Fajar Hengki Wijaya-shutterstock

브루나이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자주 말하는 장점은 안정적인 치안이다. 이슬람 율법의 바탕 위에 있는 나라라 술과 담배 판매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밤에도 도심 거리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유명 관광지에서도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다른 동남아 휴양지처럼 단체 관광객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보다, 사원과 수상마을, 야시장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에 가깝다. 

순금 돔이 빛나는 모스크와 금요일 예배 시간

시원한 분수 정원 너머로 순금 돔이 화려하게 빛나는 웅장한 모스크의 평화로운 풍경. / Joshua Davenport-shutterstock
시원한 분수 정원 너머로 순금 돔이 화려하게 빛나는 웅장한 모스크의 평화로운 풍경. / Joshua Davenport-shutterstock

브루나이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있는 두 모스크다. 현 국왕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1994년 세워진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는 29개의 돔이 순금으로 덮여 있다.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도 브루나이를 나타내는 건축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얀 대리석 건물 위로 황금 돔이 올라가 있고, 주변 연못과 정원이 함께 배치돼 사진을 찍는 여행객이 많다. 

두 모스크는 기도 시간이 아닐 때 비무슬림 관광객도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입장 시에는 현지에서 제공하는 복장을 걸쳐야 하며, 내부에서는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다만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비무슬림 관광객의 내부 출입이 제한될 수 있어 일정에 넣기 전 운영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금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이슬람 합동 예배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는 식당과 카페, 쇼핑몰, 택시와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을 멈추는 곳이 많다. 금요일에 브루나이를 여행한다면 점심 식사와 이동 일정을 예배 시간 전후로 조정해야 한다.

수상가옥촌과 맹그로브 숲에서 보는 브루나이 일상

강가에 푸른색 보트 세 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브루나이의 평화로운 풍경. / Shepps-shutterstock
강가에 푸른색 보트 세 척이 나란히 정박해 있는 브루나이의 평화로운 풍경. / Shepps-shutterstock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 인근에는 600년 역사를 지닌 수상가옥촌 캄퐁 아예르가 있다. 물 위에 세워진 목조 가옥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로, 브루나이 여행에서 많이 찾는 장소다. 겉으로는 오래된 수상가옥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가전제품과 수도 시설, 인터넷이 갖춰져 있어 지금도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맹그로브 숲 투어도 브루나이에서 빼놓기 어렵다.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들어가면 숲 사이에서 코주부원숭이를 볼 수 있다. 코주부원숭이는 보르네오섬에 사는 동물로, 긴 코와 불룩한 배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향신료 부담이 덜한 현지식과 가동 야시장

브루나이 야시장 노점상에서 음식을 포장하고 있는 상인의 모습. / Andrzej Lisowski Travel-shutterstock
브루나이 야시장 노점상에서 음식을 포장하고 있는 상인의 모습. / Andrzej Lisowski Travel-shutterstock

브루나이 음식은 말레이와 중동, 아시아 식문화가 섞여 있지만 향신료가 강한 편은 아니다. 한국 여행객도 비교적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다.

주요 음식인 암부얏은 사고야자나무 가루 반죽을 대나무 젓가락으로 둥글게 말아 양념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숯불에 구운 꼬치에 땅콩 소스를 곁들인 사테, 강황과 라임으로 맛을 낸 고등어구이 이칸 바카르도 많이 찾는다. 밥과 치킨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나시카톡은 현지에서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때 자주 먹는 메뉴다.

브루나이는 이슬람 국가라 기본적으로 할랄 음식을 중심으로 한다. 다만 일부 중식당에서는 돼지고기 요리를 파는 곳도 있다. 여러 현지 음식을 한곳에서 먹어보고 싶다면 반다르스리브가완의 가동 야시장을 찾으면 된다. 바비큐와 열대 과일, 디저트류를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저녁 시간대에 들르기 좋다.

브루나이 여행 전 챙겨야 할 입국 신고와 이동 앱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비행 중인 로열 브루나이 항공 여객기의 모습. / Jeffry Surianto-shutterstock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비행 중인 로열 브루나이 항공 여객기의 모습. / Jeffry Surianto-shutterstock

브루나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로열 브루나이 항공 직항편으로 갈 수 있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30일 동안 비자 없이 머물 수 있어 짧은 휴가 일정으로도 다녀오기 쉽다. 다만 입국 전 챙겨야 할 절차는 있다.

브루나이는 종이 입국 신고서를 쓰지 않는다.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도착 72시간 전부터 온라인 포털에서 전자 입국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현지 도착 뒤 시간을 줄이려면 출국 전에 미리 등록해 두는 편이 좋다.

이동 앱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브루나이는 자가용 이용률이 높아 길에서 일반 택시를 잡기 어렵다. 동남아 여행에서 많이 쓰는 그랩이나 우버도 이용할 수 없어, 현지 승차 공유 앱인 다트를 설치하고 인증까지 마쳐 두면 이동할 때 훨씬 수월하다.

숙소 선택지는 도심 호텔부터 리조트까지 나뉜다. 왕실 귀빈을 위해 지어진 엠파이어 호텔에서 휴양을 즐길 수도 있고,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 머무는 일정도 가능하다. 

브루나이 현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본 여행 회화

브루나이의 공식 언어는 말레이어지만 영어도 널리 쓰인다. 호텔과 식당,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말레이어 인사말 몇 가지만 알고 가도 현지인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한결 쉬워진다. 

가장 기본적인 인사는 '아살라무알라이쿰'이다. 이슬람권에서 많이 쓰는 인사말로, 브루나이 거리와 상점에서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시간대에 따라 아침에는 '슬라맛 빠기', 오후에는 '슬라맛 쁘땅'이라고 말해도 된다. 식당에서 음식을 받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는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뜨리마 까시'를 쓰면 된다.

시장이나 노점에서는 가격을 물어보는 표현도 알아두면 편하다. '브라빠 하르가냐'는 '이거 얼마예요'라는 뜻이다. 화장실 위치를 묻고 싶을 때는 '디 마나 딴다스'라고 말하면 된다. 음식이 입에 맞았다면 '맛있다'는 뜻의 '냐만'을 건네면 된다. 긴 문장이 아니어도 짧은 말 한마디가 식당 주인과의 대화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헤어질 때 쓰는 말은 '줌빠 라기'다. '다시 만나요'에 가까운 작별 인사로, 여행 중 만난 현지인에게 가볍게 건네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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