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맛집으로 가득했던 모지코 [정현이의 일본로그 3일차]
온더투어가 일본가서 촬영한 모지코 역 안내판. / 온더투어
온더투어가 일본가서 촬영한 모지코 역 안내판. / 온더투어

일본여행 마지막 날, 고쿠라에서 다시 전철에 올라 향한 곳은 모지코항이다.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에 서자 오래된 목조 트러스 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붕을 받친 나무 기둥 사이로 낡은 전등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 걸린 안내판엔 'もじこう(모지코, 히라가나 표기)', '門司港(모지코)', 'MOJIKŌ(로마자 표기)' 세 표기가 나란히 적혀있었다. 표기 방식 하나에도 오랜 시간이 묻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광 거리를 벗어나 걸은 뒷골목

모지코 레트로 거리 전경. / 온더투어
모지코 레트로 거리 전경. / 온더투어

역을 나와 레트로 거리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관광객보다 동네 주민이 오가는 골목이 이어졌다. '門司薬局(모지약국)'이라는 초록 간판을 지나자 회전등 간판을 세운 이발소가 나왔고, 맞은편엔 '写真のムラオカ(사진관 무라오카)'라는 오래된 사진관 표지가 붙어있었다. 골목 끝으로는 낮은 산 하나가 그대로 올려다보였다.

TAILOR NAKANO 양복점 앞. / 온더투어
TAILOR NAKANO 양복점 앞. / 온더투어

조금 더 걸으니 'TAILOR NAKANO'라는 양복점과 신호등, 횡단보도가 있는 작은 교차로가 나왔고, 다른 방향으로는 경사진 좁은 골목 끝에 'むつみ関門荘(무츠미 간몬소)'이라는 여관 간판이 세로로 걸려있었다. 레트로 거리에서 몇 블록 벗어났을 뿐인데, 오래된 주택가 특유의 조용한 공기가 감돌았다.

간몬대교가 보이는 카레혼포, 바나나가 들어간 야키카레

모지코 맛집 카레혼포 전경. / 온더투어
모지코 맛집 카레혼포 전경. / 온더투어

다시 항구 쪽으로 걸어 나오니 붉은 차양을 두른 모서리 건물이 보였다. 초록 간판엔 '焼きカレー専門店(야키카레 전문점)'과 '카레 혼포'라는 글자가 나란히 적혀있고, 옆으로는 'SOFT CREAM'이라는 표기도 붙어있었다. 건물 너머로는 간몬해협을 가로지르는 간몬대교 주탑이 그대로 올려다보였고, 그 옆으로 붉은 벽돌을 쌓은 'CRAFT HOTEL' 건물도 함께 서 있었다.

바나나 조각이 들어간 야키카레. / 온더투어
바나나 조각이 들어간 야키카레. / 온더투어

이곳의 대표 메뉴는 야키카레다. 도자기 그릇에 밥을 담고 카레를 부은 뒤 치즈와 재료를 얹어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1955년 한 식당에서 남은 밥과 카레를 그라탕처럼 구워낸 데서 시작됐다는 얘기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 주문한 메뉴엔 바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다.

그릇 가운데는 치즈가 녹아 하얗게 눌어붙은 채 파슬리 가루가 뿌려져 있고, 그 둘레로 노랗고 하얀 바나나 조각이 카레 소스에 잠긴 채 놓여있었다. 숟가락으로 바나나 한 조각을 뜨자, 매콤한 카레 소스와 바나나 특유의 단맛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항구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두에서 먹는 복숭아 디저트

복숭아 디저트를 지인과 들고 있는 모습. / 온더투어
복숭아 디저트를 지인과 들고 있는 모습. / 온더투어

식사를 마치고 같은 건물 한쪽에 붙은 소프트크림 가게에서 복숭아를 얹은 디저트를 샀다. 투명한 컵에 담긴 흰 크림 위로 복숭아 조각이 수북이 올라가 있었다. 지인과 컵을 하나씩 들고 부두 쪽으로 걸어 나무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눈앞으로는 간몬해협의 잔잔한 물길이 펼쳐졌고, 건너편엔 붉은 벽돌로 지은 옛 세관 건물이 마주 보였다.

정박한 작은 배 몇 척과 나무 난간, 그 뒤로 이어진 낮은 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숟가락 대신 빨대로 크림을 떠먹으며 앉아 있으니, 카레의 매운맛이 남아 있던 입안이 복숭아 단맛으로 금세 씻겨 내려갔다.

함께 가볼 만한 곳

부두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붉은 벽돌로 지은 구 모지 세관과 큐슈철도기념관이 도보 거리에 모여있어 반나절 코스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간몬해협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터널을 통해 다리 건너 시모노세키 쪽으로 넘어가는 일정도 함께 짜볼 만하다.

모지코 여행 팁

- 카레혼포는 식사 시간대에 대기가 있는 편이라 시간을 살짝 피해 가면 웨이팅을 줄일 수 있다

- 바나나가 들어간 야키카레는 호불호가 있는 조합이라 처음이라면 지인과 절반씩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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