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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더게이트]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공정한 집행과 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며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사업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된 가운데, KDDX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 방산 수주 경쟁을 넘어 고용과 지역경제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9일 KDDX 사업의 공정한 집행과 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함정·중형선사업부 노동자 2800여명의 서명이 담겼다.
노조는 탄원서에서 “국가 주도 방산 사업이 단순 기업 간 경쟁 논리로만 판단돼서는 안 된다”며 “KDDX 사업 결과가 노동자 고용 불안과 울산 동구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탄원은 최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1차 입찰이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유찰된 이후 현장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장기화되며 사업 자체가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한화오션은 역대 KDX 구축함 라인업을 모두 수행한 유일한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으며 특수선 포트폴리오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도 국내 최다 이지스함 건조 실적과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기술적 연속성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문제는 양사 갈등에 따른 최종 계약 표류가 결국 해군 전력화 차질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당초 방사청이 설정한 2032년 선도함 인도 일정이 무산되면, 그 피해는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입찰 독주’ 나선 한화오션, ‘감점 족쇄’에 멈춘 HD현대
한화오션이 지난 4월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SAS 2026에 꾸린 대규모 단독 전시관(사진=한화오션)KDDX는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대형 방산 프로젝트다. 총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개념설계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이던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8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2차 입찰(재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참가 등록은 오는 28일, 제안서 제출 마감은 29일 오전 10시다. 앞서 진행된 1차 입찰에서는 한화오션만 단독 응찰해 복수 업체 참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HD현대중공업의 1차 불참을 단순 포기가 아닌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한다. 가장 큰 변수는 보안 감점 리스크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최종 유죄 확정 시점인 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방사청의 법리 재검토를 거쳐 올해 말까지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함정 사업 특성상 기술 점수 차이가 크지 않고 소수점 단위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승산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법정 공방도 치열하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 자료의 영업비밀 침해 가처분이 기각되자, 즉시항고장을 제출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은 경쟁사의 2회 연속 불참에 따른 유찰 시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근거로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선점하겠다는 심산이다.
단순 수주전 넘어 지역경제 전반의 문제로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KDDX를 둘러싼 고민은 보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갈등이 단순 기업 간 수주 경쟁을 넘어 지역경제와 협력업체 생태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울산 동구 지역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KDDX 사업의 향방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 연쇄 도산과 지역 고용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조선업 호황으로 후판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점도 부담을 키운 핵심 요인이다. KDDX 사업 예산은 수년 전 기준으로 책정돼 현재의 고물가·고원가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수익성을 맞추려면 원청이 일정 수준 손실을 감수하거나 협력업체 단가를 낮추는 방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 허나, 최근 협력사 단가 압박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돼 과거 방식의 비용 절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KDDX는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부담이 상당한 사업”이라며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보안 감점과 사업성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전략적 판단이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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